제5회 문덕수 문학상 및 제38회 시문학상 시상식

일시: 2019년 12월 2일(월) 오후 4시

장소: 함춘회관 3층 가천홀

수상자: 제5회 문덕수문학상  박진환 시인

           제38회 시문학상  김철교 시인, 정유준 시인

- 식 순 -

사회: 이상옥 시인

국민의례

순국선열 및 작고문인에 대한 묵념

개회사  -----------------------------------------   손해일(본회 감사)

축사 / 문덕수문학상  -------------------------------   신규호(본회 이사) 

축사 / 시문학상  ----------------------------------   심상운(초대 시문학문인회 회장)

문덕수문학상 제정 취지 및 경과보고  ------------------   위상진(본회 사무국장)

심사평  -----------------------------------------   유성호(심사위원)

시상   -------------------------------------------  함동선(한국현대시인협회 평의원)

수상소감  ----------------------------------------  박진환, 김철교, 정유준

낭송 / 문덕수 및 수상자의 시 낭송  --------------------  문덕수 <선에 관한 소묘 1> / 낭송 김남권

                                                                               박진환 <사랑법 2> / 낭송 최지하

                                                                               김철교 <도전을 멈출 수 없다> / 낭송 배선옥

                                                                               정유준 <어느 날 숲이> / 낭송 안혜경

폐회 및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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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덕수 문학상 심사평 

심산 문덕수 선생은 홍익대학교 교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문학의 중흥과 세계화에 독보적 기여를 하신 문학사의 산증인이다. 195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한국 시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셨고, 󰡔한국모더니즘시연구󰡕 등의 역저를 통해 이론적인 탐색도 지속하셨다. 특별히 1965년부터 󰡔시문학󰡕을 통해 많은 시인들을 배출하였고 시의 담론적 진경(進境)에도 양도할 수 없는 역할을 하셨다. 이처럼 소중한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이 이번에 제5회 수상자를 내게 되었다.

수상자로 선정된 박진환(朴鎭煥) 시인의 작품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원로 시인의 역량과 자산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준 가편(佳篇)들이었다. 박진환 시인은 한국문학사에 ‘풍시조’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독자적인 시학적 성과를 보여주었고, 특별히 지속적으로 발간되는 전집을 통해 한편으로는 그릇된 세상의 질서를 꾸짖고 풍자하며 한편으로는 특유의 서정성과 성찰적 자의식을 보여주었다. 형이상(形而上) 시인들이 명명한 ‘순수한 통징(痛懲)’을 자신의 시세계에 적극 들여와 박진환 시인은 그것을 이른바 ‘복수의 시학’으로 이론화하기도 하였다.

그가 실험하고 착근시킨 풍시조는 삼행을 기본으로 하면서 형태는 시조와 비슷하지만 정형시가 아닌 순수 자유시 형식이다. 시의적인 시사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깊은 풍자의 시선을 통해 본질적인 삶과 사물의 심층을 들여다보려는 의지가 훨씬 강한 양식적 자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박진환 시인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우리 시의 새로운 영역을 훤칠하게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등단 60년을 맞은 한결같은 이력과 함께, 꾸준히 월간 󰡔조선문학󰡕을 발행함으로써 한국문학의 든든한 인프라를 제공해오신 기여도 역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이번 수상작은 이러한 박진환 시인의 시를 통한 양심의 육성과 미학적으로 꽉 짜여진 예술적 정화(精華)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갈하고 견고한 시상과 고전적인 것을 향한 사유가 문덕수 선생의 시정신의 갈피를 드러내고 있다고 심사위원들은 판단하였다. 수상을 축하드리고 더욱 시단의 큰 어른으로서의 빼어난 시세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시길 마음 깊이 기원해본다.

2. 시문학상 심사평

제38회를 맞으면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문학상은, 그동안 역량 있는 한국 문단의 중진이나 중견에게 주어짐으로써 그분들의 창작 생애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이번에 후보자가 된 분들도 그러한 성취와 영향력에서 매우 큰 족적을 이루어오신 분들이라 사료된다. 심사위원들은 감성과 지성을 통합하여 빛을 발하는 문학적 위의(威儀)를 무게 있게 생각하면서, 깊이 있고 개성적인 미학적 성취를 보여준 시인들의 작품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오랜 논의 결과, 수상작으로는 김철교 시인의 시집 󰡔무제2018󰡕과 정유준 시인의 시집 󰡔까치수염의 방󰡕이 선정되었다. 이번부터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을 공동 수상함으로써 수상자 범위의 확장을 꾀한 것도 부기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김철교 시인의 시집은 예술적으로 명망과 가치를 인정받은 세계의 명화와 조각 작품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정점의 순간을 서정적으로 갈무리한 세계이다. 예술의 이론과 기법을 활용한 실험적 작품들도 여럿 있어, 이 시인의 예술적 열정과 식견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메타적 속성도 담긴 성과라 할 만하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속하면서 호활한 세계를 보여준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여러 이미지를 자신만의 체험적 진실성으로 끌어올리는 기막힌 균형과 결속의 세계를 수일(秀逸)하게 보여주었다고 판단된다.

정유준 시인의 시집은 나날의 감성적 순간을 담기도 하고, 넉넉한 관조를 통해 충분히 원숙해진 심의(心意)를 노래하기도 하고, 예리한 지성으로 타자와 사회의 문제를 담기도 하는 서정시의 다양한 음역을 보여준 명품이다. 삶의 저류(底流)까지 내려가는 투시를 통해 시인은 삶이 미완일 뿐이며 침묵과 미지의 차원으로 점철된 것임을 증언한다. 이번 시집은 그 점에서 우리가 함께 감당해가야 할 서정의 차원에 대한 외경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마음의 움직임이 치러가는 삶의 의미와 난경(難境)을 결속해가는 화법이 돌올하다.

결국 두 시인은 모두 삶에 편재하는 속악함을 함께 넘어서면서 존재론적 결기를 지속적으로 완성해가고 있다. 이러한 작품 세계의 일관성과 심화 과정에 격려가 얹혀야 한다고 심사위원들은 뜻을 모았다. 김철교 시인과 정유준 시인도 이 순간이 삶에서 빛나는 기억이 되리라 믿는다.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자신만의 언어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거듭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심사위원 : 김규화, 신규호, 홍신선, 김종회, 유성호